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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사/이슈

금보다는 별을 쫓는 이.


오늘 인터넷 뉴스에서 고대생의 자퇴관련 된 기사를 보았습니다.

학교에 대자보로 장문의 글을 남기고 떠난 고대생은 25살의 여대생이 었습니다.
고려대학교는 근래들어 여러 이슈를 낳고 있는데 기사를 접한 저는 그런 이슈들에 섞인 정치적 성향을 띄운
그런 하나의 이벤트인가 하는 생각으로 지나치려는데 대자보라는 문구가 눈에 띄어서
어떤 정치적 행태를 향하려나 하는 호기심에 기사를 클릭했습니다.

그리고 기사전문에 실린 그 대자보의 내용은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나 아픈 글이었습니다.

그녀는 자본논리가 세워놓은 사회의 틀에 균열을 낼 수 있는 글을 큰 전지 세장에 자필로 열심히 적어놓았었습니다.

지금의 전 취업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기 위하여 공부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성실성은 지극히 주관적이기에 감히 열심히 한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으나
대한민국의 수많은 청년들이 취업이라는 압박감속에서 공부하듯 저 역시 취업을 위하여 공부하고 있습니다.
물론 가능하다면 그 취업이라는 타이틀을 강요가 아닌 선택으로 얻기 위하여 원하는 회사를 찾았고
그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근래의 트렌드들을 공부하고 있고 그 속에서 재미를 얻고 있습니다.

... 이상 글을 적으면서 나는 꿈을 쫓고있음을 포장하려고 하며 제 사견을 담으려고 하는데 그렇지 못하겠네요.
언제까지 회피할 수가 없는지 그녀의 글이 뇌리에 박혀서는 제 양심을 이성이 아닌 감성에 치우치게 만드네요.

그래서 이 글에 제 경험담을 적어볼까 합니다.

제가 처음 대학에 들어왔을 때 교내 교육방송국에 수습국원으로 활동했습니다.
그 당시 저는 대학생활의 모든 것이 이것이라는 생각을 했고 열정을 다했죠.
그런 저와 함께 했던 동기들 역시 저 못지 않게 충실했고 그에 따라 서로의 이상이 충돌할 때마다
격하게 싸울 때도 있었고 술인지 눈물인지 구분이 안가리만큼 취할때까지 취하면서 펑펑 울어 본 적도 있습니다.
선배님들로부터도 엄청 혼이 나봤고 실제 실무업무에 투입이 되고 실무진이 되어서는 그간의 다툼속에서
하나의 이상으로 발전되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기쁜 마음으로 후배들을 받았지만 너무나 다른 그들의 행태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유독히 제가 1학년으로 처음 대학에 발을 들였을때에는 20년차이가 나는 아버지뻘 선배님들도 자주 찾아와서는
그 당시의 대학문화와 선배님들의 대학생활에 대해 많은 가르침을 주셨었습니다.
사회의 압박감속에서 열정을 잃으실 법도 한데 12년전에 학교에 발을 들이셨던 91학번 선배님은 교내방송국에서
고인이 되신 가수 김광석님의 노래를 들으며 흐느끼시는 것도 옆에서 보았던 터라 그런 영향을 많이 받았었나봅니다.

그래서 보다 더 열심히 활동했던 터인지라 후배들에게도 그런 것을 요구했지만 후배들은 몇몇을 남기고 다들 떠나더군요.

우리 기수도 다들 짬짬이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학교생활을 했고 다들 어떻게든 장학금도 받아낼만큼 공부에 손을 놓지도
않았었습니다. 다만 워낙에 열심히였는지 학교에서는 다들 아웃사이더에 가까운 학교생활을 했었지요.

후배들은 아르바이트며, 입학동시에 취업스펙을 쌓아야 된다느니 이런 저런 핑계로 우리 기수들의 꿈을 점차
좌절시켜갔습니다.

학교를 그만둔다는 그 여대생의 글에는 하나의 훌륭한 고장률 제로의 클론이 되느니
제대로 된 생명체로서 간택되는 것이 아닌 선택하는 삶을 살겠다는 내용의 글이 있습니다.

저 역시 하나의 클론으로서 이 사회가 바라는 대로 저라는 객체에 스펙이란 스티커를 붙여가며 살아가고 있으며
대한민국의 청년 거의 모두가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요?

이 예가 옳은지는 모르겠습니다. 산업화의 고점을 찍어갈 때즈음에 미국에서는 롱테일이라는 말이 탄생했죠.
제품의 성능에 관해서 80%의 고객이 비슷한 옵션을 원할때에는 제품구성에 있어서 가격면이나 개발면에서
에로점이 될 수 있는 20%는 버렸던 것을 다시 살피자는 취지로 전 이해했습니다.
(오래전에 접했던 용어라;;; 대충 정리하게 되네요 ㅠ_ㅠ)

세상은 점차 더욱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이런 광속의 변화가 부담되고 옳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때도 있지만;;;)
그리고 그에 발맞춰 사람들은 더이상 한가지의 채널만을 선호하지 않고 있으며
웹이라는 매개체의 엄청난 활약 덕분에 수많은 생각을 수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토론하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월드와이드웹이라는 것은 진정 석유란 자원의 발견만큼이나 빠르고 신속한 혁명을 가져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문을 닫고 있던 대한민국은 점차 그 기틀이 허물어 지고 있지 않나 점쳐봅니다.

만약 여대생의 기사가 김연아나 여중생살인사건 등의 굵직하게 방영되는 타이틀에 치여서 묻혀지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변화는 보다 현실적이고 직시적일만큼 빠르게 올 것 같습니다.

김제동님께서 모 대학의 축제에서 이런 말을 하셨다고 하네요.

"금이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되면, 별이 아름답다는 것을 잊어버린다.
 여러분은 아직 금의 아름다움보다는 별의 아름다움을 즐기실 나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젊음 영원히 간직하시길 바랍니다."